오늘은 진짜 아침부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저희 집 동헤르만 육지거북 '카미'의 발톱을 깎아주려다가 하마터면 피를 볼 뻔했습니다. 지금도 손끝이 덜덜 떨리는데, 육지거북 키우시는 분들 중에 혹시 저처럼 겁 없이 발톱 가위 들었다가 후회하지 마시라고 오늘의 실전 경험담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원래 육지거북들은 사육장 안에서 돌 식탁도 긁고 바닥재도 파면서 발톱이 자연스럽게 갈려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요즘 카미가 거실 산책에 맛이 들리더니 사육장 안에서는 도통 움직이질 않더라고요. 매끄러운 거실 마룻바닥만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니까 발톱이 마모되기는커녕 무슨 매처럼 길게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걸을 때마다 마룻바닥에서 '탁, 탁, 탁' 소리가 나는데, 발가락이 옆으로 꺾이는 것 같아서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녀석이 옆에서 "아빠, 내가 카미 잡고 있을 테니까 아빠가 깎아봐"라며 바람을 잡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용기가 생겼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강아지용 발톱 가위를 들고 카미를 무릎 위에 올렸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온욕을 막 끝낸 직후라 발톱이 조금 말랑해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카미의 다리를 잡고 발톱을 들여다보는 순간,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거북이 발톱 안에도 강아지처럼 '혈관'이 지나간다는 건 책으로 봐서 알고 있었는데, 카미 발톱이 워낙 검고 두껍다 보니 불빛에 비춰봐도 어디까지가 혈관이고 어디까지가 껍질인지 도저히 분간이 안 되는 겁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대충 끝부분만 살짝 자르려는 찰나, 카미가 귀신같이 눈치를 채고 다리를 사육장 안으로 쏙 집어넣으며 힘을 주는데... 와, 육지거북 다리 힘이 이렇게 센 줄 처음 알았습니다. 성인 남자인 제가 억지로 빼내려고 해도 꿈쩍도 안 하더라고요. 억지로 잡아당기다간 다리가 부러지거나, 제 손이 미끄러져서 카미 살점을 집을 것 같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아빠, 그냥 하지 마. 카미 아플 것 같아"라며 만류하더군요. 결국 첫 번째 발톱 끝부분을 1mm도 채 못 깎고 가위를 내려놓았습니다. 진짜 피 안 본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십분이었습니다.
결국 무서워서 가위질은 도저히 못 하겠고, 그렇다고 대전 근처에 특수동물 병원까지 발톱 깎으러 가기엔 카미가 받을 이동 스트레스가 너무 걱정됐거든요. 주말에 바로 동네 철물점에 달려가서 아주 거친 표면의 '현무암 판석'과 '사포'를 사 왔습니다. 사육장 내부 쿨존에서 핫존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이 거친 돌을 깔아두어, 밥 먹으러 갈 때나 물 마시러 갈 때 무조건 이 돌을 밟고 지나가게 동선을 짜버렸습니다.
이렇게 세팅을 바꾸고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신기하게도 끝부분이 날카롭던 발톱들이 조금씩 뭉툭해지는 게 눈으로 보입니다. 역시 자연스러운 게 최고라는 선배 집사님들의 말씀이 틀린 게 하나 없더라고요.
오늘의 이 눈물겨운 실패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육지거북 사육은 집사가 뭔가를 대단하게 '가공'해주려고 하면 사고가 난다는 것을요. 그저 아이들이 야생에서 살던 환경과 가장 비슷하게 사육장 내부를 세팅해주고, 스스로 해결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는 걸 카미가 온몸으로 가르쳐 준 하루였습니다.
제 글을 보시는 다른 초보 집사님들, 절대로 집에서 혼자 거북이 발톱 깎으려고 가위 들지 마세요. 진짜 심장 마비 올 수도 있습니다. 그냥 사육장에 거친 돌 하나 더 깔아주시는 걸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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